7일 차
벌써 강릉 온 지 일주일이다. 한 달이 정말 짧을 것 같기도 하다.
전날 하루종일 잤고 밤에 당연히 잠이 안 올 것 같아 늦게까지 영어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다가
이대로 그냥 밤새고 아침에 바다 보러 갈까 생각했는데 졸려서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오후 12시였다.
점심을 아주 간단하게 먹었다.
점심을 먹고 또 좀만 쉬자 하고 누워있다 보니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
그래서 저녁도 간단하게 오트밀김치참치죽을 만들어 먹었다.
이건 야식.
쓱배송으로 장 볼 때 같이 샀다. 처음 먹어봤는데 약간 치즈맛 나는 사또밥 맛이었다.
미치겠다. 눕기만 하면 잠이 온다. 눕지를 말아야겠다.
내일은 진짜진짜 나가야지 하고 잠들었다.
8일 차
이날도 일찍 일어나지는 못했다.
날씨가 흐리면 더 못 일어나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나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점심으로 간단하게 사과와 땅콩버터, 두부로 유부초밥 만들어 야무지게 먹고
레오랑 바닷가 산책을 나갔다.
날이 조금 흐렸다. 흐리면 흐린 대로 나름 운치가 있긴 하지만..
저녁에는 회를 먹고 싶어 배달시켜 먹으려고 했는데
배달시키려던 집이 하필 오늘 일찍 닫았다.
먹으러 나가긴 귀찮고 숙소에도 딱히 먹을 게 없어 봉골레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이날은 바닷가 산책 말고 딱히 한 게 없다...
9일 차
며칠 전부터 계속 일출 보러 가려고 벼르고 있는데 비가 오거나 흐리다.
이날도 흐려서 아침에 못 나갔다.
희한하게 가려고 찜해놓은 맛집들도 이날 휴무인 곳들이 많아 어디 멀리 가지 않고 동네에서 쉬기로 했다.
숙소에서 스타벅스가 아주 가까워서 점심으로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를 먹었다.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야외에도 저렇게 테이블이랑 선베드가 있는데 해가 비치는 날이면 파라솔을 펴주는 것 같았다.
날은 흐리고 비도 살짝 왔지만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점심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으니
정말 그때야말로 이게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
도서관에서 얼마전 빌린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라는 책을 가져가서 읽었는데
예민한 사람에 대해 다룬 책이라 이해받는 기분이 들어 더 좋았다.
이 시간이 너무 좋아서 한 달이 아니라 더 지내다 가고 싶다, 숙소 잘 잡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랜만에 카페에서 책을 읽으니 집중이 너무 잘 돼서 한 권을 다 읽었다.
카페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또 들른 바다
편의점에도 들러 캔하이볼이랑 소주를 샀다.
회랑 먹기 위해서.
강릉 와서 처음 먹은 회. 1인 세트를 배달시켰는데 딱 적당히 배부르게 먹을 정도였다.
횟집 가면 사실 무슨 고기인지도 모르고 먹기 바빴었는데 무슨 고기인지 적혀 있어서 좋았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하루였다.
10일 차
드디어 일찍 일어나서 일출을 보러 갔다.
아직 해가 뜨기 전.
맑은 날씨인 것 같아 나갔는데 구름이 많았다.
이른 아침이다보니 도깨비 촬영지에 아무도 없어서 올라가 봤다.
해가 뜨고 있는 중.
해가 다 떴는데도 구름에 가려 다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멋있었다. 일출을 보니 또 새로운 바다를 느낄 수 있었다.
해가 뜨고 나서도 해변가에 조금 앉아 있었다.
이날은 밖에 나가 영화도 보고 점심도 먹고 저녁을 포장해 오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아침 바닷가가 꽤 추워서 숙소에 들어가 따뜻한 침대에 누워있다 보니 나가기로 했던 시간보다 준비하는 게 늦어져서
계획이 조금 바뀌었다.
감자유원지라는 식당에 가서 항정살감자솥밥을 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독특했고 뭔가 달짝지근하기도 하고 포슬포슬한 감자랑 항정살이 잘 어울려서 맛있게 먹었다.
근데 더웠다..
점심을 먹고는 영화를 보러 갔다.
원래 신영극장이라는 독립영화관이 있다고 해서 그곳을 가고 싶었는데
시간대도 안맞고 주차하는 게 복잡할 것 같아 신영극장은 버스 타고 오기로 하고 cgv에서 '대도시의 사랑법'을 봤다.
영화는 재밌게 봤는데 좀 더웠다..
감자유원지에서 메밀김밥, 황금오징어순대라는 곳에서 누룽지오징어순대, 오징어후라이드를 포장해 와서 저녁으로 먹었다.
메밀김밥은 먹자마자 메밀향이 확 입안에 퍼지고 살짝 달달하기도 한 게 새우튀김, 달걀, 아보카도 등 재료들도 서로 잘 어울려서 맛있었다.
오징어순대도 바삭해서 너무 맛있었다. 저 청귤하이볼도 내 스타일. 너무 완벽한 저녁이었다.
저녁을 먹고 배가 너무 불러서 산책을 나갔는데 달이 예뻐서 밤바다에서 사진을 좀 찍고
이번에는 항상 걷던 해변 쪽 말고 안쪽으로 걸었다.
그러다 러닝할 만한 운동장을 찾아 반가웠다. 이렇게 하나씩 발견해 가는 재미도 있는 것 같다.
이날 운전도 하고 여러 군데 들르느라 왔다 갔다 하는 일정이었는데 생각보다 더워서 지쳤던 것 같다.
내가 옷을 덥게 입고 간 걸까?
강릉에는 회전교차로가 많은데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회전교차로가 너무 복잡해서 이 동네(홈플러스 쪽)는 차 끌고 오면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꽉 찬, 후회 없는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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