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차
비가 와서 늦게 일어났다.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부모님께서 놀러 오신다고 전화를 하셨다.
숙소를 정리해놔야 할 것 같아 너저분한 것만 정리를 좀 하고 화장실 청소를 간단하게 했다.
점심으로는 전날 먹다 남은 메밀김밥을 먹었다.
사 온 날 다 먹는 게 더 맛있었겠지만 다음날 먹어도 괜찮았다.
저녁으로는 또 전날 먹다 남은 오징어 후라이드를 먹었다.
튀김이다 보니 눅눅해져서 집에 있는 에어프라이어가 그리웠다.
아쉬운 대로 프라이팬에 데워서 먹었다.
하루종일 비가 계속 와서 나가지는 않고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녁에 아빠가 전화하셔서 오는 길에 차가 고장 나서 수리해야 한다고 하셔서 놀랐다.
주말이라 바로 수리가 안된다고 해서 내가 모시러 갔다 왔다.
도착하셔야 할 시간보다 훨씬 늦으셨는데 경기도 쪽으로 가셔서 차가 많이 막힌 모양이었다.
부모님은 굉장히 피곤해 보이셨다. 괜히 내가 놀러 오라고 해서 그런 일이 생긴 것 같아 죄송했다.
12일 차
부모님이 오셔서 많이 놀러 다니고 싶었는데 이날도 계속 비가 왔다.
일기예보상으로는 부모님이 계시는 동안은 계속 흐릴 예정이었다.
부모님이 닭을 가져오셔서 점심은 맛있게 닭백숙을 먹고 숙소에 계속 있다가 오후에 시장에 가기로 하고 나갔다.
근데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았다. 비도 비인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계속 우산이 뒤집어지고 추웠다.
그런데 주문진 좌판풍물시장에 가니 이런 날씨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모둠회를 포장하고 오면서 살짝 바다를 봤다. 날씨가 너무 안 좋아 해변에 들르진 못했다.
모둠회 5만 원어치. 근데 할복비를 따로 받는다. 할복비는 8천 원. 생선 양에 따라 달라진다.
회는 정말 신선하고 쫄깃하고 맛있었다. 얼마 전 내가 배달시켜 먹었던 회보다 훨씬 맛있었다. 그 회도 같은 시장에서 온 거였는데 왜지..?
양도 많아서 3명이서 배 터지게 먹었다. 3만 원어치 포장했어도 적당했을 것 같다.
이렇게 배 터지게 회를 먹어본 건 정말 오랜만이다.
날씨가 너무 안 좋아 약간 속상했지만 너무 맛있는 회를 먹어 좋았다.
13일 차
날씨가 흐리긴 했지만 비가 오진 않아서 여러 군데를 가볼 수 있었다.
아들바위가 가까운 곳에 있어 보러 갔는데 전망대 같은 곳이 정비 중이라고 막혀 있어서 올라가 볼 수 없었고
날씨가 흐려서 좀 아쉬웠다.
거기가 하이킹코스였는지 큰 가방을 베고 하이킹하는 사람이 많았다. 젊음이 느껴졌다.
몰랐는데 거기도 '더 글로리' 촬영장소란다. 분명히 드라마는 봤는데 그런 장면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아들바위가 있던 소돌항에서 지도를 보고 그나마 가까워 보이는 소금강계곡에 갔다.
비가 많이 왔어서 그런지 물이 정말 많고 맑아 보였다. 여름에 여기서 놀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단풍이 많이 들지 않았는데 단풍이 들었다면 정말 예뻤을 것 같다.
소금강계곡은 오대산 국립공원이었는데 레오는 들어갈 수 없어서 입구만 걷다가
오대산 더덕막걸리, 옥수수막걸리를 사 왔다.
막걸리에 부침개를 부쳐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 강릉 중앙시장에 갔는데 오징어가 하나도 없었다.
오징어가 귀하긴 한가보다.
간식거리를 사서 경포해변에 가서 먹었다. 멋진 해변이었지만 역시 흐려서 아쉬웠다.
바다를 좀 보고 어제 갔던 주문진 시장에 가서 오징어를 사 왔다. 부침개를 부쳐 먹고 데쳐서 숙회를 만들어 먹기도 했는데
오징어가 싱싱해서 그런지 정말 맛있었다. 여기 있는 동안은 이런 해산물을 실컷 먹어야지.
하루종일 레오를 안고 다녀서 팔이 아팠다.
14일 차
아빠는 아침부터 차 수리를 접수하러 카센터에 갔다 오셨다.
몇 시간 뒤 전화가 왔는데 부품이 없어 주문을 해야 하고 부품이 와도 언제 수리가 끝날지 모른다고 해서
아빠는 일단 내 차를 가지고 광주에 가셨다가 주말에 다시 오기로 하셨다.
나는 광주에서 강릉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게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엄청나게 피곤한 일인데 힘드실 것 같아 걱정이 됐다.
오늘 가려고 하시다가 다음날 아침에 출발하시는 게 나을 것 같아 하루 더 계시기로 했다.
아침에 엄마가 매운탕을 끓이셨고 따로 장을 보지 않아 재료는 좀 부족해도 되게 맛있었다.
사진은 못 찍었다. 아마 그냥 정신없이 먹었을 듯.
난 원래 아침을 먹지 않는데 부모님은 아침을 드시기 때문에 맞춰서 먹다 보면 하루종일 배고플 틈이 없다.
점심으로는 어제 산 오징어로 오징어볶음을 만들어 먹었는데 역시 맛있었다.
날은 흐렸지만 비는 안 오는 것 같아 숙소 앞 해변으로 산책을 나갔다.
엄마는 전날도 해변을 거닐고 싶다고 하셨었는데 역시 정말 좋아하셨다.
영진해변 쪽으로 좀 오래 걷다가 다시 돌아왔다. 산책하는 동안 부모님은 접시로 쓰신다고 큰 조개껍데기도 주우셨다.
나 혼자 있을 때는 보이지도 않던 것들인데 어디서나 무언가를 얻어가시는 부모님이 신기했다.
딱 숙소로 돌아가려 하니 비가 오기 시작해서 서둘러 들어와 살짝 잠을 자고
저녁으로는 내가 전에 찜해놨던 무한리필 샤부샤부집에 갔다. 명주뜰이라는 곳인데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고기와 생맥주도 무한리필이다. 난 채소랑 버섯을 많이 먹고 싶어 채소랑 버섯을 계속 가져와 먹었다.
난 샤부샤부가 정말 좋다. 익힌 채소를 많이 먹을 수 있고 먹고 나서 속도 편한 느낌이다.
그리고 채소를 많이 먹으면 많이 먹어도 죄책감이 덜한 느낌..
이 식당은 샤부샤부 말고도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와플도 먹을 수 있어서 후식까지 야무지게 즐기고 나왔다.
부모님이랑 외식하는 게 오랜만이었는데 앞으로 이런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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