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울컥울컥하는 부분들이 몇 번 있었는데,
처음에 이반 일리치가 죽었을 때 사람들이 겉으로는 사회적으로 당연히 보여야 하는 반응을 보이면서
속으로는 그럼 그 자리는 누가 가나 하면서 승진 생각을 할 때, 회사에서 겪었던 비슷한 일이 떠올라서 울컥했다.
사실 그 시점부터 난 이런 곳에서 절대 계속 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난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시야가 좁아서 한가지 밖에 못보는 이상한 사람들이라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훨씬 예전에 쓰인 이 책에서 이런 장면이 묘사되어 있는 걸 보고 사람의 본성이 원래 이런건가 어쩔 수 없나,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게 너무 구역질나고 싫었던 내가 유별나고 이상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두려움도 문득 들었다.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걸까? 너무 잣대가 높은 걸까?
남들과 나의 생각이 다 같을 수도 없고 내 생각이 정답이 아니라는 걸 잘 알지만 내 기준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남과 다를 때 좌절감?을 느끼는 것 같다.
무력해지는 느낌이랄까.. 이런 사람들과 어떻게 같은 세상을 살아가지.. 내 생각만 맞는 게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면서도..
이런게 또 어떻게 보면 내로남불이잖아요?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이런 부분은 항상 혼란스러운 것 같다.
이반일리치가 정말 부족한 것 없어보이는, 완벽해보이는 삶을 살아갈 때, 그 때 또 울컥했다. 지금의 내 삶 같았다.
물론 이반일리치는 그 때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 나와 다르긴 하지만..
나도 남들이 볼 때는 정말 평탄해보이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도.
정작 그 삶을 살고 있는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지만.
난 또 그렇기 때문에 외롭다고 느껴졌던 순간이 있었다.
내 마음은 나밖에 모르고 그 어떤 가까운 사람도 나를 100% 공감해 줄 수 없구나 하는.. 사람이니까,
다들 자기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거다.
알면서도.. 그런 게 문득문득 느껴질 때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후반부 이반 일리치가 고통에 몸부림칠 때 내 요즘 생각과도 대입이 되면서 너무 눈물이 났다.
지금은 다음 달쯤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결정을 내린 상태인데
사실 그때쯤 되면 또 불안함에 그만두지 못할까봐 걱정도 된다.
하지만 꼭 그만둬야 한다고 나를 다잡을때마다 하는 생각이 계속 이렇게 살면 죽기 직전에 너무 후회할 것 같다는 것이다.
이반 일리치가 죽음을 앞두고 자기 삶을 돌아볼 때, 난 잘못한게 없는데 왜 이렇게 고통스럽게 죽어야 되나 하면서..
두 가지 생각이 자꾸 상충한다. 내가 잘못 살았다. 아니다. 나는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았다.
난 지금은 이렇게 살면 죽기 전에 너무 후회할 것 같은데 또 이 직업을 버렸을 때의 선택을 너무 후회하게 될까봐 걱정도 된다. 죽기 전에 이 선택을 후회하면서 그 때 그러지 말걸, 내가 왜 그랬지? 라고 생각하게 되면 어쩌지?
어떤게 잘못된 삶인지, 올바른 삶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지금 살고 있는 삶도 내가 선택한 삶이기에. 고민이 좀 부족했던 것 같긴 하지만.. 그때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근데 이 책을 읽으면서 울고 있는게 또 슬펐다. 옛날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취업 전에 제발 붙여달라고 믿지도 않는 신한테 울면서 빌었다. 뭐든 다 할테니 제발 붙여달라고.
그런데 지금은 일하기 싫다고, 이 회사 다니기 싫다고 우는 꼴이라니.
지금 이런 상황도 내가 했던 선택때문에 겪는 상황이니까.. 내 선택때문에 내가 또 힘들어질까봐 불안하다.
그런데 이 직업을 택하고 일해본 건 후회하지 않는다. 해봤기 때문에 안맞다는 걸 알게된 거니까.
만약 안해봤으면 또 걸어보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해봤기 때문에 이 선택지 하나는 지울 수 있었다. 그걸로 된걸까? 이렇게 하나씩 지워가면 되는걸까?
요즘 내가 많이 하는 생각과 맞닿아 있어서 몰입이 잘되는 책이었다.
요즘은 죽기 전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회하지 않는 삶이 어떤 삶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선택이라는 게 항상 그런거니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그 불확실성이 항상 너무 불안하고 두렵다.
그냥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사는, 그때그때 행복한 선택을 하면서 살면 되는 거라고 나름 결론을 지은 줄 알았는데..
이것도 맞는지 모르겠다. 후회하지 않는 삶이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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