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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록

아홉수 가위-아주 작은 날갯짓을 너에게 줄게

by woriii 2024.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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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이나와 이지는 날개를 갖고 있지만 숨기면서 살고 있다.

집 밖으로 나갈 때마다 날개를 묶는다. 날개가 있다는 것을 들키면 감시당하는 삶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날개는 아빠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아빠는 날아다니며 멸종위기의 동물들을 구하러 다닌다고 했다.

그래서 어릴 적에도 아빠를 자주 만나지 못했다. 이나와 이지가 7살일 때 아빠는 영영 떠나서 17살인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날개의 힘은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것이어서 아빠가 돌아가시면 이나와 이지 중 한 명이 물려받을 것이다. 

이지의 날개가 이나의 것보다 항상 커서 이나는 이지가 그 힘을 물려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나의 날개가 유난히 아팠던 날,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힘은 이나에게 왔다.

하지만 아빠의 힘과는 달랐다. 모든 물체들을 날게 할 수 있지만 정작 본인은 날 수 없다. 이나는 절망한다.

이나는 억압을 벗어나 자유롭게 날아가 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나가 힘을 얻은 그 날 이지가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을 겪고 돌아온다. 이지도 날개가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학교도 경찰도 이지를 도와주지 않았고 이지는 생기를 잃었다. 이지는 누군가 너무 미우면 그 대상을 제외한 모든 것들의 색이 없어지고 그 대상만 흉측한 색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지는 이나에게 그때 그 힘이 나에게 왔었으면 좋았겠다고 한다.

이나는 이지에게 언젠가 이 날갯짓을 너에게 주겠노라고 약속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이나는 엄마가 이지의 날개를 뽑아버리려고 하는 것을 목격한다. 알고 보니 엄마는 날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엄마, 할머니에게 날개를 뽑힌 것이었다.

날개의 힘이 나는 것으로 한정된 남자와는 달리 날개달린 여자는 각기 다른 힘을 갖는다. 엄마의 날개는 남을 슬프게 하는 힘을 갖고 있어서 할머니는 이 힘이 언젠가는 엄마도 슬프게 할까 봐 뽑아버렸다고 했다.

이나는 아무리 엄마라도 이나와 이지가 원하지 않으면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엄마도 힘들지 않았냐면서..

 

이지는 이나에게 둘만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운다. 새벽 내내 왜 도망가려 했던 것인가, 그럼, 도망가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던 이나는 날이 밝자 날개를 묶지 않고 이지를 데리고 학교에 간다. 세상은 무채색이다. 이지와 함께 운동장에 선 이나는 흉측한 색의 학교를 공중에 띄워버린다.

 

느낀 점

이 책의 단편들이 여성으로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 이지가 겪은 일이 실제로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 같아 씁쓸하고 불편했다. 이럴 때마다 초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알차게 잘 쓸 수 있을텐데

또 읽으면서 엄마 생각이 났다. 내가 행복하기를 바라서 나의 행복을 꺾으려고 했던 엄마.

하지만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은 내가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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